처음 이 팀 이름을 들었을 때, 솔직히 조금 낯설었습니다. ‘NEXT, 사회과학 연구의 새로운 미래’라니. 요즘은 누구나 ‘미래’와 ‘혁신’을 말하니까요. 그런데 서울 한복판, 조용한 회의실에서 연구자들을 실제로 만나고 나서야 이 이름이 그냥 마케팅용 슬로건이 아니라는 걸 조금씩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이곳은 숫자만 들여다보는 딱딱한 연구소라기보다는, 사람들의 마음과 행동을 집요하게 관찰하는 작은 실험실에 더 가깝습니다. 누군가는 정책의 변화를 고민하고, 누군가는 청년 세대의 불안을 인터뷰로 채집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수만 줄의 데이터를 띄워놓고 조용히 패턴을 찾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 있는 이름이 바로 NEXT입니다.
NEXT는 어떤 연구소인가요?
NEXT는 사회과학을 중심에 두고 움직이는 연구 허브입니다. 서울 중심부에 자리하고 있고, 도시의 빠른 리듬과 사람들의 일상을 거의 동시에 호흡하면서 연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곳의 목표는 멋진 논문 몇 편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회가 실제로 조금이라도 달라지는 것”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NEXT의 연구 주제는 늘 현실과 맞닿아 있습니다. 플랫폼 노동, 디지털 격차, 청년 세대의 불안, 온라인 혐오 표현, 조직 내 심리적 안전감, 공공 서비스 이용 경험 같은 문제들이 대표적입니다. 어떤 날은 공공기관과 함께 시민 참여 프로젝트를 디자인하고, 또 어떤 날은 민간 기업의 조직 문화를 진단하고 바꾸는 일을 합니다.
연구자들은 하나의 현상을 볼 때, 숫자와 이야기, 과거의 데이터와 지금의 공기를 함께 읽으려 합니다. 그래서 NEXT의 보고서를 읽다 보면, 통계 그래프 옆에 인터뷰 한 문장이 나란히 놓여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숫자만으로는 부족하고, 이야기만으로도 부족하다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왜 지금, 그리고 왜 사회과학일까
요즘 사회를 설명할 때 자주 등장하는 말이 있습니다. 복합 위기, 전환기, 불확실성 같은 단어들입니다. 기술은 빠르게 변하고, 정책은 그 속도를 따라가기 버겁고, 사람들의 감정은 그 사이 어딘가에서 흔들리고 있습니다. NEXT가 관심을 갖는 지점은 바로 이 “사이”입니다.
과학기술과 정책, 시장과 시민, 온라인과 오프라인 사이에서 실제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차분하게 관찰하는 것. 그게 사회과학의 일이고, NEXT가 존재하는 이유입니다. 국내에서도 사회과학의 역할을 새롭게 보려는 논의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 사회과학의 도약을 다룬 콜로키움 자료에서는 복합 위기 시대에 사회과학이 정책과 현장을 잇는 교량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 한국 사회과학 콜로키움 참고).
또 다른 보고서들은 초고령사회, 인공지능, 기후 위기 등 장기적인 변화를 다루면서, 데이터와 인간 경험을 함께 읽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 미래전략 관련 자료). NEXT의 연구 방향은 이런 흐름들과 자연스럽게 맞물려 있습니다. 거창하게 말하면, “다음 사회를 준비하는 작은 레이더”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숫자와 이야기 사이를 오가는 연구 방법
NEXT의 연구 방식은 단순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과장되게 복잡하지도 않습니다. 조금 집요하고, 때때로 느리고, 대신 꼼꼼합니다.
정량 데이터: 사회의 큰 흐름을 읽는 지도
먼저, 공공 데이터와 설문 조사, 각종 통계 지표들을 활용합니다. 청년 세대의 일자리 인식, 지역별 생활 만족도,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 환경, 디지털 서비스 이용 경험 같은 것들입니다. 이런 데이터는 전체 그림을 그려주지만, 그 자체로는 “왜 이렇게 되었는지”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NEXT는 정량 데이터를 “지도”라고 부릅니다. 지도는 방향을 보여주지만, 발밑의 흙 냄새를 알려주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항상 다음 단계가 따라옵니다.
정성 연구: 사람들의 목소리를 있는 그대로 듣기
인터뷰, 포커스 그룹, 참여 관찰 같은 방법들이 여기에 들어갑니다. 어떤 프로젝트에서는 한 사람의 이야기를 두세 시간 동안 듣기도 합니다. 말이 끊기고, 생각이 엉키고, 감정이 앞서가는 그 순간까지 같이 머뭅니다.
예를 들어, 공공 서비스 이용 경험을 다룬 연구에서는 민원 창구를 찾아갔다가 그냥 돌아온 시민들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바쁘신 것 같아서요.” “괜히 내 잘못 같아서요.” 이런 짧은 문장들이 반복될 때, 숫자로는 잡히지 않는 “포기된 문의”의 무게가 드러납니다. NEXT는 바로 이런 지점을 놓치지 않으려 합니다.
두 가지를 겹쳐 보는 순간
NEXT의 보고서가 흥미로운 지점은, 숫자와 이야기가 서로를 비추는 장면입니다. 통계에서 드러난 패턴이 실제 인터뷰에서 어떻게 감정과 경험으로 나타나는지, 그 연결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새로운 통찰이 나오곤 합니다.
이 과정은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습니다. 때로는 숫자와 이야기가 서로 모순되기도 하고, 예상과 다르게 흐르기도 합니다. 그럴 때 연구자들은 결과를 예쁘게 다듬기보다는, 모순 자체를 그대로 드러내려 합니다. 지금의 사회가 그렇게 단정하게 흑백으로 나눠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나의 프로젝트가 태어나는 과정
NEXT와 함께 연구를 진행하는 클라이언트들은 보통 비슷한 질문으로 시작합니다. “지금 우리가 놓치고 있는 건 뭘까요?” “정책이나 서비스는 있는데, 왜 현장에서 체감이 없을까요?” “데이터는 많은데, 여전히 잘 모르겠습니다.”
1단계: 질문을 다시 묻는 시간
첫 단계에서는 오히려 바로 설문을 만들지 않습니다. 질문을 다시 묻습니다. 진짜 알고 싶은 게 무엇인지, 아직 말로 정리되지 않은 불편함이 무엇인지 천천히 끌어올립니다.
어떤 공공기관 담당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불만 민원이 줄었는데, 이상하게도 현장 분위기는 나아졌다는 느낌이 없어요.” NEXT 연구자들은 이 한 문장을 붙잡고 여러 가능성을 열어둡니다. 정말 불만이 줄어든 건지, 아니면 포기한 건지, 혹은 표현 방식이 바뀐 건지. 그리고 그 가설들을 검증할 수 있는 연구 설계를 함께 만듭니다.
2단계: 현장으로 내려가기
설문 문항이 만들어지고, 인터뷰 가이드가 짜이면, 연구자들은 책상 뒤를 떠나 현장으로 향합니다. 동네 작은 카페, 복지센터, 공유 오피스, 때로는 온라인 커뮤니티 한가운데까지요. 사람들의 언어와 표정, 대화의 속도를 보면서 데이터의 빈칸을 채워 나갑니다.
이 과정은 예측보다 훨씬 느립니다. 그리고 볼수록 명확해지기보다 더 복잡해 보일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NEXT는 이 느린 과정을 연구의 중요한 일부로 받아들입니다. 속도보다 깊이가 더 필요할 때가 있기 때문입니다.
3단계: 통찰을 함께 나누기
마지막 단계에서는 단순한 결과 보고를 넘어서, 클라이언트와 함께 해석의 시간을 가집니다. 숫자와 이야기를 함께 보면서 “우리가 그동안 너무 당연하게 여겼던 전제는 무엇이었을까?” “이 결과를 실제 정책이나 서비스에 어떻게 연결할 수 있을까?”를 같이 고민합니다.
NEXT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보고서를 납품하고 끝나는 관계가 아닙니다. 보고서를 계기로 내부 회의의 질문이 달라지고, 현장을 보는 시선이 조금이라도 바뀌는 것. 그 작은 변화가 쌓이면, 결국 사회도 조금씩 바뀐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학술 기관·공공·기업과의 협력
NEXT는 단독으로 움직이는 연구소가 아닙니다. 다양한 학술 기관과 협력하면서 새로운 연구 방법을 실험하고, 공공 부문과의 프로젝트를 통해 정책 현장에 사회과학을 연결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융합 연구와 인공지능 시대의 연구 생태계를 다루는 포럼과 보고서들도 계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 융합연구 관련 정부 자료). NEXT는 이런 흐름을 따라가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실제 프로젝트 안에서 기술과 인간 경험을 묶는 실험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공공 데이터를 활용해 시민의 삶의 조건을 분석한 뒤, 그 결과를 지역 커뮤니티 인터뷰와 연결해 정책 제안을 만드는 프로젝트가 있습니다. 기업과의 협력 프로젝트에서는 조직 내부의 심리적 안전감을 측정하고, 그 결과를 리더십 교육과 제도 설계에 반영하기도 합니다.
연구 윤리와 책임에 대한 집착
사회과학 연구는 결국 사람을 다룹니다. 그래서 NEXT는 연구 윤리에 대해 꽤 집착하는 편입니다. 인터뷰 녹취를 어떻게 보관할지, 설문 데이터에서 개인을 어떻게 익명화할지, 민감한 경험을 다룰 때 연구자가 어떤 태도를 지켜야 하는지, 이런 부분에 시간을 많이 씁니다.
때로는 “이 질문은 연구에는 도움이 되지만, 지금 이 참여자에게는 너무 벅찰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들면 과감히 문항을 삭제하기도 합니다. 연구 결과가 아무리 중요해도, 사람을 소모품처럼 다루고 싶지 않다는 내부의 합의가 있기 때문입니다.
보고서를 작성할 때도 특정 집단이나 세대를 단편적으로 낙인 찍지 않도록 주의합니다. “MZ 세대는 이렇다” 같은 쉬운 문장을 피하고, 가능한 한 구체적인 맥락을 덧붙입니다. 불편하더라도, 현실을 조금 더 정교하게 보여주려는 시도입니다.
NEXT와 함께 일한다는 것
NEXT와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한 담당자는 마무리 회의에서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보고서를 받고 끝난 게 아니라, 우리 팀이 세상을 바라보는 프레임을 한 번 갈아 끼운 느낌이에요.”
NEXT와 함께 일한다는 건, 단지 외주 연구를 맡기는 일이 아닙니다. 조직이 갖고 있던 질문을 다시 정리하고, 익숙했던 가설들을 한 번 의심해보고, 현장의 목소리를 다시 들을 용기를 내보는 과정입니다.
그래서 프로젝트가 끝난 뒤에도 같은 조직에서 또 다른 질문을 가지고 돌아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안 들리던 것이 한 번 들리기 시작하면, 그다음부터는 스스로 더 많은 질문을 던지게 되기 때문입니다.
사회적 변화를 향한 작은 움직임들
NEXT의 연구가 세상을 한 번에 바꾸지는 못합니다. 누구도 그런 약속을 할 수는 없습니다. 대신, 작은 변화들을 정직하게 쌓아가려고 합니다.
- 공공 서비스 설계에서 “당사자의 경험”이 더 많이 반영되도록 돕는 일
- 기업이 직원의 목소리를 데이터와 함께 듣도록 만드는 일
- 정책 문서의 문장을, 시민의 언어에 조금 더 가깝게 바꾸는 일
- 연구 결과를 단순한 숫자가 아닌 이야기로 전달하는 일
이런 일들은 다소 느리고, 눈에 띄는 성과처럼 보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회는 생각보다 이런 작은 변화들에 의해 방향을 조금씩 수정해 나갑니다. NEXT는 그 방향 전환의 순간들에 함께 서 있고 싶어합니다.
앞으로의 NEXT, 그리고 함께 걸을 사람들
앞으로 NEXT는 인공지능과 데이터 기술이 더 깊게 스며든 사회에서 인간의 경험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지에 대한 연구를 더 본격적으로 진행하려 합니다. 알고리즘은 점점 더 사람들의 선택을 미묘하게 조정하고, 플랫폼은 우리의 일상과 떼기 어려운 존재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우리는 지금 어떤 선택을 하고 있는지”를 묻는 연구는 점점 더 중요해질 것입니다. NEXT는 기술을 두려워하기보다는, 그 안에서 사람의 감정과 관계를 다시 바라보려 합니다.
NEXT의 문은 연구자들에게만 열려 있는 것이 아닙니다. 사회 문제를 조금 다른 눈으로 보고 싶은 기관, 정책을 새로 설계하고 싶은 공공 조직, 조직 문화를 바꾸고 싶은 기업, 그리고 단순히 “지금의 사회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함께 고민해 보고 싶은 이들에게 열려 있습니다.
함께 다음을 준비하고 싶다면
우리가 사는 사회는 생각보다 빠르게 변합니다. 그런데 막상 그 안에 살고 있는 우리는 변화의 속도를 잘 느끼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NEXT는 그 간격을 조금 줄이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만약 지금, 여러분의 조직이나 도시, 공동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한 번쯤 차분하게 들여다보고 싶으시다면, 복잡한 언어가 아니라 여러분의 말로 함께 이야기 나눌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거창한 비전으로 시작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지금 당장 마음에 걸리는 작은 질문 하나만 있어도 됩니다. NEXT는 그 질문에서 출발해, 데이터를 모으고, 목소리를 기록하고, 다음을 함께 상상하는 여정을 제안드립니다.
사회과학의 언어로, 그러나 사람의 온도로. NEXT와 함께, 우리 사회의 다음 페이지를 천천히 넘겨보지 않으시겠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