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XT 안에서 배우는 느린 연구, 느린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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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NEXT에 왔을 때 머릿속에 가득했던 건 솔직히 말하면 “빨리 결과를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이었습니다. 연구라는 단어를 들으면, 많은 사람들이 떠올리는 이미지는 여전히 비슷합니다. 표, 그래프, 보고서, 그리고 딱 떨어지는 결론. 그런데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다 보니 그 이미지가 조금씩 깨지기 시작했습니다.

NEXT의 연구는 생각보다 느리고, 그리고 생각보다 사람 냄새가 났습니다. 완벽하게 정리된 답보다, 아직 정리되지 않은 질문들을 오래 붙들고 있더군요. 처음엔 그게 어색했는데, 지금은 그 어색함이 이곳의 정체성처럼 느껴집니다.

“우리는 지금 무엇을 잘 모르고 있을까”로 시작하는 연구

NEXT에서 자주 들은 말이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무엇을 잘 모르고 있을까.” 보통 프로젝트는 “무엇을 알고 싶은지”로 시작하는데, 이곳에서는 오히려 “무엇을 모르는지”를 먼저 짚습니다.

예를 들어, 한 공공기관과 함께 진행했던 프로젝트가 있었습니다. 그 기관은 이미 수년 동안 시민 설문을 꾸준히 해왔고, 만족도 숫자도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담당자는 마음 한구석에 찝찝함이 남아 있었다고 합니다.

“만족도는 나쁘지 않은데, 현장에서 듣는 이야기는 조금 다르거든요. 어느 쪽이 진짜일까요?”

NEXT는 그 질문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설문 결과를 다시 뜯어보고, 현장 이야기를 따로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숫자로는 잘 드러나지 않는 불편함, 말로 표현되지 않은 포기감 같은 것들이 서서히 윤곽을 드러냈습니다.

데이터와 사람 사이에서 길을 찾는 일

NEXT의 연구자들은 데이터를 무척 좋아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데이터만으로는 절대로 충분하지 않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들은 항상 두 가지 작업을 동시에 합니다.

하나, 데이터에서 패턴 읽기

먼저 공공 데이터, 내부 통계, 설문 결과 등을 활용해 사회의 큰 흐름을 읽습니다. 특정 연령대에서 불만이 갑자기 높아지는 구간, 지역별로 갈리는 인식 차이, 특정 정책 이후에 서서히 바뀌는 행동 패턴. 이런 것들을 차분히 추적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멈추지 않습니다. “그래서 왜 그런가요?”라는 질문은 늘 다음 단계로 이어집니다.

둘, 사람들과 마주 앉아 이야기 듣기

NEXT가 하는 두 번째 작업은 사람들과 마주 앉아 이야기를 듣는 것입니다. 회의실보다는, 오히려 일상의 공간에 가깝습니다. 작은 카페, 동네 도서관, 복지센터 상담실, 때론 온라인 인터뷰 화면 속 상대방의 방 풍경까지.

인터뷰를 하다 보면 말이 막히는 순간이 자주 찾아옵니다. 질문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차마 쉽게 꺼내기 힘든 감정이 걸려 있을 때. NEXT의 연구자들은 그 침묵을 억지로 밀어붙이지 않습니다. 그냥 잠시 기다립니다.

그 잠깐의 침묵 끝에 튀어나온 한마디가 때로는 수십 페이지짜리 보고서보다 더 큰 통찰을 줄 때가 있습니다.

연구실 밖에서 이루어지는 연구

NEXT의 일상을 조금 더 가까이에서 보면 연구는 연구실 안에서만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도시의 길 위, 지하철 안, 온라인 커뮤니티, 익명 게시판, 심지어는 짧은 배달 앱 후기 안에서도 연구의 단서들이 튀어나옵니다.

한 연구자는 퇴근길에 습관처럼 사회 관련 기사와 댓글을 본다고 말했습니다. “공식적인 설문보다 댓글에서 먼저 공기의 변화를 느낄 때가 있어요. 거기서 시작해서 나중에 데이터를 찾아보기도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NEXT에서 작성되는 보고서들은 단순히 “결과 요약”이 아니라 도시와 사람들의 공기를 함께 담으려는 시도처럼 보입니다. 숫자와 문장, 사례와 인용, 그리고 가끔은 솔직한 회고까지 섞여 있습니다.

연구자도 사람이라서, 흔들릴 때가 있다

사회과학 연구를 하다 보면 감정적으로 흔들리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NEXT 연구자들도 예외는 아닙니다.

어떤 프로젝트에서는 장시간 인터뷰를 한 뒤, 연구자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한참을 조용히 걸었다고 합니다. 기록된 음성 파일을 다시 듣다가 잠시 멈추고 창밖만 바라본 날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들이 드러내지 않으려 해도, 사람의 사연은 연구자의 마음에도 흔적을 남깁니다. NEXT는 그 흔적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연구 과정 안에 “연구자의 감정”이라는 요소를 조용히 기록해 둡니다.

객관성을 유지하는 것과, 감정을 완전히 지우는 것은 다르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완벽한 결론보다 솔직한 보고서

NEXT 보고서의 특징 중 하나는 모든 내용을 완벽하게 마무리하려 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일부 질문은 “더 연구가 필요하다”는 문장으로 남겨두기도 하고, 모순되는 결과는 그대로 병기하기도 합니다.

어떤 사람은 이렇게 말할지도 모릅니다. “연구 보고서라면서 왜 이렇게 애매하죠?” 그런데 NEXT는 그 애매함을 정직함으로 받아들입니다. 지금의 사회가 애매하고 복잡한 만큼, 연구도 그 복잡함을 감수해야 한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완벽한 결론은 마음을 편하게 해줄지 모르지만, 현실을 가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NEXT는 그런 편안함 대신 조금 불편한 솔직함을 택합니다.

클라이언트와 함께 앉아 해석하는 시간

NEXT 프로젝트에서 흥미로운 부분 하나는 “결과 공유 회의”입니다. 단순히 PPT를 보여주고 설명하는 자리가 아니라, 클라이언트와 함께 보고서를 읽어 내려가며 하나씩 해석해 보는 시간에 가깝습니다.

이 자리에서는 담당자들도 노트를 꺼내들고 자신들의 경험을 덧붙입니다. “이 결과, 현장에서는 이런 식으로 나타났어요.” “우리가 그동안 이런 행동을 당연하게 여겼나 봐요.” “이 부분은 솔직히 좀 충격이네요.”

NEXT는 이 순간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분석 결과가 “우리의 현실”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번역되는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연구자는 옆에서 그 과정을 지켜보며, 필요한 때에만 조용히 방향을 잡아줍니다.

NEXT와 함께 일할 때 기대할 수 있는 것들

만약 누군가가 “NEXT와 함께 일하면 뭐가 달라질까요?”라고 묻는다면, 이렇게 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숫자로만 보던 문제에 얼굴과 목소리가 생깁니다.
  • 익숙해져서 지나쳤던 전제들을 다시 의심하게 됩니다.
  • 현장의 불편함을 말로 정리할 수 있게 됩니다.
  • 조직 안에서 어떤 질문을 먼저 던져야 할지 감이 생깁니다.
  • “왜 이렇게 되었는지”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갑니다.

이 변화들은 겉보기에는 크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변화가 쌓이면 정책과 서비스, 조직 문화가 조금씩 방향을 수정합니다. 그리고 바로 그 지점이 NEXT가 머물고 싶은 자리입니다.

연구 윤리와 책임에 대한 집요한 태도

NEXT는 인터뷰와 설문을 진행할 때 특히나 조심스럽습니다. 참여자에게 어떤 정보를 미리 알려야 하는지, 동의 절차를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지, 민감한 경험이 연구 과정에서 다시 상처가 되지 않으려면 무엇을 주의해야 하는지, 여러 번 회의하고 또 검토합니다.

어떤 질문은 연구에 매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지금 이 참여자에게는 감정적으로 너무 벅찰 수 있습니다. 그런 경우, 연구자들은 문항을 빼는 쪽을 선택합니다. 연구 결과의 풍성함보다 사람의 안전과 존엄을 더 우선에 둡니다.

이런 태도는 숫자로 측정하기 어렵지만, 연구 전 과정에 조용히 스며 있습니다. NEXT가 사회과학 연구를 할 수 있는 이유이자, 동시에 해야만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NEXT라는 이름이 주는 의미

NEXT라는 이름은 듣는 사람마다 다르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어떤 이는 기술의 다음, 어떤 이는 세대의 다음, 또 어떤 이는 사회의 다음을 떠올립니다.

이곳 사람들에게 NEXT는 “다음 질문”에 더 가깝습니다. 하나의 프로젝트가 끝나면, 거의 자동으로 다음 질문이 떠오릅니다.

“우리가 이번에 놓친 건 뭘까요?” “이 결과를 다른 현장에 적용하면 어떻게 달라질까요?” “다음에는 누구의 목소리를 더 들어봐야 할까요?”

이 끝나지 않는 질문이 NEXT를 계속 앞으로 밀어주는 힘 같기도 합니다. 아직 답을 찾지 못한 채로 남겨둔 페이지는 다음 연구를 위한 초대장처럼 느껴집니다.

당신의 질문이 연구의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NEXT의 문은 연구자들만을 위해 열려 있지 않습니다. 공공기관, 기업, 비영리 단체, 지역 커뮤니티, 그리고 “지금 이 사회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궁금한 누구라도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입니다.

꼭 거창한 문제일 필요는 없습니다. 요즘 조직에서 자주 듣는 한숨, 도시에서 느껴지는 미묘한 피로감, 온라인에서 반복되는 갈등, 정책과 현장 사이에 생긴 거리감. 이런 것들이 모두 연구의 시작점이 될 수 있습니다.

혹시 지금 마음에 걸리는 작은 질문이 있다면, 그것을 들고 NEXT를 떠올려보셔도 좋습니다. 직접 방문해 이야기를 나누거나, NEXT 메인 페이지를 둘러보며 어떤 프로젝트가 가능할지 상상해 보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출발이 될 수 있습니다.

보다 구체적인 협업이 떠오른다면 NEXT 연락 페이지를 통해 가볍게 문의를 남겨보셔도 괜찮습니다. 완벽하게 정리된 기획안이 없어도 됩니다. 이곳은 원래, 정리되지 않은 생각에서 출발하는 연구를 가장 좋아하니까요.

느리지만 분명한 변화의 한가운데에서

NEXT는 세상을 단숨에 바꾸겠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대신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는 변화를 향한 느린 걸음을 계속할 것입니다.”

오늘도 이 연구소 어딘가에서는 새로운 인터뷰가 진행되고, 오래된 데이터가 다시 열리고, 회의실 화이트보드 위에서 굵은 글씨의 질문들이 가득 채워지고 있을 겁니다.

언젠가 그 질문들 사이에서 당신의 이야기가, 당신의 도시가, 당신의 조직이 하나의 사례로 등장할지도 모릅니다.

NEXT는 그때도 아마 이전과 같은 태도로 서 있을 겁니다. 조금 느리더라도, 조금 복잡하더라도, 사람을 중심에 두고 사회를 바라보는 연구. 그 방식으로 함께 걸어가자고 조용히 손을 내밀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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